방 한가운데 높게 비전의 침대가 자리한다. 와칸다 국왕의 동생이 곁에 자리한다. 그녀의 손이 비전이 누운 자리를 한 번 훑고 지나간다. 손을 펼치자 그 위로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토니의 연구실이었다면 당장 달려들어 그 손을 비틀며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의외로 로키가 가장 가까이에 섰다. 유심히 그것을 관...
캡틴이 입력한 좌표가 표시된 패널을 눈높이로 띄워 들고 한참을 요리조리 살펴본다. 한시가 급하다는데도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건 물론 지리 감각이 떨어진다는 이유도 있지만, 아무리 봐도 여기는- “여기 산 밖에 없는데.”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위성사진을 봐도 진짜 산, 산, 산. 인적은 무슨 확대에 확대를 거듭한대도 혼자 집 짓고 지낼 자연인이나 두어 가구 만나...
늘 그렇듯 움찔하며 잠에서 깨어난다. 어찌나 눈을 크게 떴는지 눈가가 아릿하다. 가쁘게 몰아쉬는 숨은 등을 쓸어주는 박자에 맞추어 천천히 평소의 리듬을 되찾는다. “조금 더 자도록 해.” “아무 연락도 없었어?” “너는 아주 잠시 잠들었어.” “아.” “깊게 잠든 것 같지도 않던걸.” “그걸 어떻게 알아?” “네 잠꼬대.” “설마.” “정말이야.” “뭐라고...
토니의 전용 연구실은 그가 없어도 미친 열기로 돌아간다. 이 모든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만 들어찬 곳. 모두 리더를 잃고 눈에 핏발이 섰다. 토니의 지정석에서 모든 자료를 뒤지는 배너 박사의 눈이 번득인다. 그와 조금 비껴난 곳에서 해쓱한 얼굴로 서류를 넘기는 헬렌에게 가급적 조용히 다가간다. -박사님. -아……몸은 괜찮아요? -여쭤볼 것이 있어...
토르가 죽었다. 스톤을 하나 이상 확보한 타노스가 토르를 이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로키가 말했었다. 패배가 전사와 같은 의미인 줄 알았다면 그렇게 가볍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을 입에 담던 그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채 가늠할 수가 없다. 내게는 토르야말로 누가 감히 죽일 수 있으리라 상상도 할 수 없던 존재다. 그런 그가 죽었다. 함께 길을 나섰던 ...
기묘한 모양에 시선을 사로잡힌 채 정신없이 바닥을 밟는다. 귀에서는 연신 X1 상황을 알리는 경보와 더불어 타워 전체에 내려지는 지시사항이 공유된다. 저게 다운타운에서 띄운 거대 애드벌룬이 아니고 우주선이라니, 외계인이 거대 지렁이가 아니라는 것 다음으로 충격적인 상식의 붕괴다. 여전히 내게 손이 잡혀있던 외계인이 걸음을 빨리해 앞서 나가더니 이내 돌아서 ...
토니도 놀러갔으니 연구실에 누가 남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은 막 문이 열리기 시작한 순간이다. 얘가 설마 치사하게 자기 혼자만 쏙 빠져나가고 모두를 6개월 당직의 지옥에 빠트리는 극악무도한 짓을 하지는 않았겠지-했구나. 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가까운 기계 모서리에 머리를 쿵쿵 박는 연구원의 옆얼굴이 낯익다. 약한 인간의 몸으로 들이받아 보아야 자기만 깨지...
토니의 연구실을 향해 걷는 한 걸음마다 심호흡을 한다. 진짜 떨려. 엄청 떨려. 친구들에게 욕설과 빈정거림을 잔뜩 배워두는 게 아니었는데. 아니 그걸 유창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것 까지는 아주 좋았는데 그걸 왜 남의 나라 장관에게 써먹냐고? 내 나라 장관은커녕 내가 살던 동네에서 3선한 시장 얼굴도 못 봤는데 어쩌자고 남의 나라 장관은 두 번이나 봤단 말인...
치료를 마치고 한결 말끔해진 팀원들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수액을 맞고 있다 내가 다시 병동에 들어서자 흘겨본다. 자기들이 다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렇게도 싫은지. 그 중에서도 팀장인 빌의 도끼눈이 가장 일품이다. 너 지금 그렇게 나 노려볼 때 아니야.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그가 곧바로 몸을 일으킨다. 예상하고 있던 일이기에 다시 염력으로 꾹 눌러 눕혀...
여전히 앞으로 곱게 손이 묶인 로키의 주변을 빙빙 돌며 연신 감상한다. 얘는 어쩌면 이렇게 묶인 게 치명적으로 잘 어울릴까.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짧은 복도에서 이미 다섯 바퀴 쯤 주변을 돌다보니 영 성가신 모양인지 로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인다. “그러다 넘어져.” “우리 나중에 은퇴하면 너 모델로 데뷔할래? 모든 각도에서 이렇게 예쁘기가 쉽지가 않은 ...
“Sweetheart, 밤이 깊었는데 잠자리에 들지 않을 건가요?” “……흐흐흐흐흐.” “저, 혹시 들었어?” “응.” “…….” “흐흐흐흐.” “……아무래도 안 되겠어.” “야!”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어쩔 줄을 모르던 그가 뒤로 슬쩍 몸을 뺀다. 덕분에 아주 아슬아슬하게 헛손질을 해 짜증을 낸다. 입꼬리를 뚝 떨어트린 그가 빠끔히 눈치를 본다. “큰일 ...
방에 돌아와 소파에 내려놓으려는 로키의 등에서 한 박자 빠르게 훌쩍 뛰어내린다. 그가 돌아보더니 코를 찡긋하며 웃는다. 예쁜아, 네 얼굴을 보니 다 괜찮구나. 파견 좀 못 나가면 어떠냐. 방에 틀어박혀 네 얼굴만 뜯어먹고 있어도 좋겠구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그래, 그렇겠지, 뭐. “바로 코코아를 대령할까요?” “코코아를 뭐 한다고?” “……줄까?...
Shearose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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