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을 질질 끌어 휴게실로 들어선다. 한쪽 테이블에 이미 간단한 간식거리와 음료가 준비되었다. 근처에 있는 의자에 프레드가 앉아 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있다. 왜 저러고 있는지 궁금해 하기도 전에 비전을 끌어온 내게 환호가 쏟아진다. 턱밑으로 곧장 탄산음료가 들이밀어진다. 하마터면 넘칠 뻔한 그것을 아슬아슬하게 받아낸다. “비전도 왔네! 포켓볼 잘 쳐?”...
그와 나를 연결하는 마법의 순기능으로 회복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졌다고들 한다. 평균적인 상처 회복 속도 따위를 알 리가 없으니 실감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요즘도 아플 거 다 아픈 것 같은데 뭐가 다르다는 거냐며 투덜댔었다. 그러나 역시 전문가의 말은 듣는 것이 맞다. 정말 빨리 낫고 있다. 정말로. 눈을 뜨고 고작 보름 정도가 지났을 뿐인데 몸에 달...
아침부터 한국식 치킨이 먹고 싶다는 소리를 해서 메릴을 웃긴 뒤-딱밤을 맞았다. 당분간 무조건 타격 지점은 이마로 고정될 것 같다-새로운 놀잇감을 가지고 돌아올 로키를 기다리는 중. 아주 무료하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얼마나 심심하냐면 메릴이 가져다 준 폐활량 측정기를 불면서 홀로 재활 훈련을 할 정도다. 염력이나마 없었으면 이마저도 하지 못했을 것을...
물론 로키가 사고 이후 내가 지금 바라는 대로 예쁘고 웃고 있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기분이 나빴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저렇게 처연히 기운 빠진 모습으로 있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네가 그렇게 지쳐있는 것이 싫어. 후회하는 모습은 많이 보았으니 이제 회복해줘. 문득 왼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가 부러뜨린 것이라고 했다. 이곳에 시선이 머...
꿈이 아니야. 마주하는 이 아름다운 눈은 현실이다. 눈물을 가득 머금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름다운 눈. 왜 그렇게 울 것 같은 눈으로 보고 있어? 그것도 물론 예뻐서 좋아하지만 웃느라 곱게 휘어진 눈을 더 좋아해. 너를 마주하고 마음이 이렇게 아픈 것을 보니 내가 잠에서 깨어난 것이 확실한 모양- 따위의 감상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사람 살려! 뭐야, ...
“절대 안 됩니다!” 의료진이 결사적으로 중환자실 앞을 막아선다. 그도 그럴 것이 면회 시간도 아니며, 들어가려는 인원 중에는 짐짝 같은 꼴로 피와 모래로 칠갑을 한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 VVIP인 자신의 앞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직업 정신에 토니가 잠시 감탄한다. 정말 잠시. “들어가기만 하면 내가 데려온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뛸 겁니다.” “스타크 ...
의료진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세상 어디를 가도 VVIP인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단번에 수배한 병원으로 이동해 내세운 조건은 간단하고 근본이 없다. 심장이 다시 뛸 때까지 활력 징후를 유지해 주시오. 이미 약 두 시간동안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리듬이 돌아오지 않은 사람을 들이밀며 하는 요구가 아주 뻔뻔하다. 골절된 뼛조각들이 장기를 찢어 ...
중대한 비상상황 시스템으로 타워가 미친 듯 돌아가기 시작한다. 연구실에 남아있던 비전이 글자 그대로 벽을 뚫고 하강해 심장이 멎은 여주의 곁에 내려앉는다. “제가 할게요.” 일정한 속도와 힘으로 심장 마사지를 하는 데에는 비전을 넘을 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단번에 손을 바꾼 그가 압박을 시작한다. 마치 교과서처럼 정확한 위치를 깊게 누르며 압박을 지속한...
로키가 거칠게 손잡이를 잡아챈다. 난폭하게 문이 열린다. 그의 등에 가려져 밖이 보이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을 가다듬는다. 직원에게는 죄가 없다. 다 위에서 시켜서 일하러 온 거겠지. 직원에게는 죄가 없다. 화내지 말자. 화내지 말자- “내가 왔소!” 염력을 가득 실어 주먹을 내지른다. 손이 닿기에는 터무니없이 먼 거리지만 염력을 포탄이라도 날리는 것...
품에 책을 안아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염력으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다. 못해도 두 시간은 지나야 로키가 식사를 하자며 찾아오겠지. 화면에 시선을 둔 채로 걷다가 잠시 멈칫한다. 그날 밤 부수었던 바로 그 자리. 말끔하게 수리되어 눈으로는 차이를 알아채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이 앞에서는 멈칫하게 된다. 멀리서부터...
로키의 방이 무너지며 뒤집어쓴 먼지가 손으로 털어내는 것으로는 좀처럼 해결이 되지 않는다. 결국 초능력을 동원한 초단시간 샤워를 마치고 목욕 가운의 허리를 졸라매며 나온다. 초능력을 가장 능숙하게 쓸 수 있는 곳이 샤워라는 게 참 뿌듯하다. 그 다음은 바로 로키를 놀려먹는 일이고……그 사이에 얘는 대체 어딜 갔담. 휑한 침대를 향해 걸어간다. 이불이 없어졌...
로키가 없는 낮 시간. 카페테리아 창가 자리에서 테이블 위로 널브러진다. 황량한 겨울이 펼쳐진 바깥을 멍하게 내다본다. 아무리 상록수라도 겨울이 덮친 흔적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잔디도 죄다 말라 죽었고, 내 야심찬 계획도 역시 이 겨울만큼이나 쓸쓸하게 시들어 버리는구나. 리즈의 도움을 받아 정보를 수집했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도무지 구할 방...
Shearosetta.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