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가 맞이한 대혼돈은 굳이 그가 말로 표출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일단 일이 급하니 나서려고 준비는 하는데, 그러다가도 문득 빡침이 치솟아 토르를 한 번 노려보고-물론 추정이지만 확실할 것이다-, 몇 번이나 헛손질을 하며 낫을 잡다가 협탁을 들이받는다. 그가 수선을 떠는 사이 토르도 옷을 갈아입는다. 실내인 것을 감안해 번개는 튀기지 않았지...
샤워 가운의 허리끈을 대강 묶은 토르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욕실을 나선다. 눈에 익은 인테리어. ‘도와줘 작전’의 시범을 보인다며 로키를 집어던졌던 창을 지나고, 여주가 머리를 들이밀려 했던 벽난로도 지난다. 넓은 거실을 지나 방문을 연다.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걸맞는 육중한 침대. 빛나는 순백의 침구. 그곳에 그제 밤 토르가 집어던진 모습 그대로 시커먼 ...
“제가 굳이 나이 내세우는 건 아닌데요. 존재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네요.” “나이를 내세우는군.” “아니라니까요. 그런데 몇 살이세요?” “천 오백 살 정도. 그 아래 작은 단위는 굳이 세지 않는 편일세.” “새파랗구먼.” 테이블에 턱-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대고 대강 엎드린 저승사자가 웅얼댄다. 그 맞은편에서 토르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메시지를 입력한...
“어디로 가던 중인가? 앞장서게.” “진짜 같이 가시게요?” “농담 같았나?” “엄청 진담 같네요.” 토르의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잡혀 질질 끌리면서도 찢어지지 않는 걸 보니 여간 튼튼한 망토가 아니다. 그 아래로 분명 팔로 추정되는 것이 느껴지는 걸 보면 형체가 있기는 할 텐데, 제법 밝은 가로등 아래로 나와서도 후드 아래에 얼핏 보이는 것조차 없다. 품에...
“이 친구가 누구인지 모르나요? 어벤져스의 토르라고요, 토르!” 정중한 표현을 사용해 사무실로 ‘안내’된 토르의 곁에서 배너가 목소리를 높인다. 수많은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 토르는 이내 안정을 되찾았고, 지금은 이 황당한 상황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중이다. 글자 그대로 자고 일어났더니 옆에 앉은 사람이 죽었다. 자기가 한 일이라고는 발을 밟은 것이 전부이지...
달콤한 한 쌍의 연인이 뿜어내는 러브러브 빔에 질식하지 않으려 도망친 토르가 설렁설렁 토니의 연구실로 향한다. 배너를 판 김에 놀러 가야지. 타워가 이렇게 넓은데, 배너와 토니는 줄곧 연구실을 공유해왔다. 연구실 문 앞에 선 토르를 스캔한 보안장치가 짧은 경고를 울리며 붉은빛을 반짝인다. 거침없이 한 발 내디디려던 토르는 어정쩡하게 멈칫한다. 이 건물에 내...
“역시 돈이 최고야!” 예사롭지 않은 덩치 셋이 나란히 좌석에 끼어 앉아있는데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샘이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고 신나게 외친다. 가장 큰 덩치로 스티브와 샘의 사이에 끼인 토르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사카아르에서 이와 비슷한 광경을 보았다. 그때는 저 경기장 안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객석에 있다는 점이 다르다. 분명 위치는 바뀌었는데,...
잠에서 깨어난 토르가 몇 번이나 눈을 끔벅인다. 아주 흐릿해 인간은 알아챌 수도 없을 천장의 무늬를 눈으로 가만히 쫓다가 가볍게 몸을 일으킨다. 밤마다 제 연인의 악몽을 달래는 로키가 기꺼이 형에게 내어준 넓은 침대. 앉은 자리에서 스트레칭을 해도 공간이 남는다.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귀한 휴가의 첫날이 그냥 지나가 버렸다. ‘푹 자고 일어나...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토르는 헛웃음이 늘었다. 허, 짧은 바람이 빠지는 듯한 웃음이 특히. 오감이 누군가를 감지하는 순간 입가에는 미소가 걸린다. 마치 ‘미소짓기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웃어도 즐겁지가 않다. 즐겁지 않아도 짧은 헛웃음이 자꾸 터진다. 틈틈이 고민하던 토르는 답을 찾았다. 기가 막혀서. 아버지, 오딘도 이렇게 과중한 업무에 ...
한창 서류에 집중하던 토르의 정신이 자꾸만 산란해진다. 물론 그는 오랜 시간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아주 훌륭한 후계자로서 교육의 성과를 입증했다. 다만 아스가르드의 기본 대외 정책은 ‘빠르고 정확한 무력’이었고, 토르가 아주 기가 막힌 두각을 보인 부분 역시 바로 그쪽이었다. 책을 붙잡고 공부하던 것은 성년이 가까워지면서, 더 정확히 말하자면 로키...
의자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던 토르가 한숨을 쉬며 길게 눈을 감는다. 눈이 피로하다. 손끝으로 눈두덩이를 꾹꾹 눌러본다. 기대했던 것 보다 제법 시원하다. 눈을 감은 채 서류를 잡았던 손도 마저 들어 두 눈가를 천천히 누르며 마사지한다. 천천히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피로. 피로라. 얼마나 낯설고 어색한 말인가. 고요한 방. 토르의 숨소리와 더불어 작게 탁,...
항상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는 실내는 행복하다. 햇볕에 잔디 끝이 타들어가는, 그야말로 불지옥 같은 여름 한복판에서도 말이다. 이 쾌적한 곳에 딱 하나 부족한 것은 바로 내 예쁜이의 부재. 오늘도 어김없이 그 빌어먹을 장갑과 함께 연구실에 틀어박힌 로키의 곁에는 수염 난 마법사가 있겠지. 그 싫은 조합 사이에 종일 있어야 할 그가 안타깝다. 그가 없이 또 하...
Shearose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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